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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울림과 떨림>, 물리학 그리고 아이들이 수학을 배우는 이유

작성자 날마다자라는아이(ip:121.130.242.226)

작성일 2020-08-20 13:44:27

조회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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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만약 인류가 멸망하여 당신과 젊은이 몇명만 남았다고 상상해보자.

게다가 불행하게도 당신 역시 죽어가고 있다.

겨우 한마디 정도 젊은이들에게 남길 힘만 남은 상태다.

이 젊은이들은 그라운드 제로인 상태에서 새롭게 인류의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들에게 무슨 말을 남겨 인류를 재기를 극적으로 돕겠는가?


물론 나는 '여자 아니 바이러스를 조심하게' 나 '자연을 정복했다고 나대지 말게' 혹은 동양의 황금율 '내가 싫은 걸 남에게 행하지 마라'(이건 논어에 나오는 '기소물욕 물시어인'이다) 같은 말을 했을 거고,

종교인이라면 십계명 같은 신의 계율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은 이 말을 남길 거란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른바 원자가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영원히 운동을 계속하는 작은 입자로서 거리가 어느 정도 이상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서로 잡아당기고, 외부의 힘에 의해 압축되어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낸다'



핵발전소의 도안처럼 보이는 저 개념도는 사실 엄청난 오류를 지니고 있다.

일단 원자에 대한 기본 지식.

가운데 있는 게 핵자고 이 원자핵 내에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있다.

그 바깥을 도는 건 음전하를 띤 전자다.

세상을 만드는 모든 물질, 바퀴벌레건 컴퓨터건 나무건 인간이간, 모든 물질은 이 원자들로 구성되는데,

이 종류를 달리하는 원자들은 단지 양성자의 수에 의해 구별된다.

양성자의 수가 하나인 것은 수소, 두개는 헬륨, 여덟개면 산소, 이런 식이다.

그것을 정리한 게 주기율표다.

 

우주는 96%가 뭔지 모르는 암흑물질이고, 나머지 4%가 수소와 헬륨이란다.

주기율표에 나온 나머지 원자들은 수소와 헬륨이 차지한 양에서 오차 수준이다.

지구에 사는 생명으로서 다양한 물질들, 음식들, 애완동물들, 사람들 그러니까 물질에 둘러싸여 사는 인간에게 이 우주의 구성은 낯설다.



138억년 전 빅뱅에 의해 만들어진 우주라는 시공간은

지속적으로 팽창하면서 동시에 온도가 낮아졌고, 첫 원자인 수소 원자가 뭉쳐져 별이 되었다.

옛날 사람들은 석탄을 발견하고는 태양도 커다란 석탄이어서 타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는데,

사실은 이 수소원자가 서로 합쳐지면서(융합)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빛과 열이 나오는 거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초기 수소원자가 뭉쳐져 별이 되면, 중심부는 높은 압력을 받게 되는데, 그러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고(책에서는 강렬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찢어진다'고 표현한다)이렇게 양성자가 합쳐지면 에너지가 발생한다.

주기율표에 나오는 92번 우라늄까지는 자연계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118번까지의 원자는 실험실에서 특정한 조건을 주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아무튼 다시 원자로 돌아와서,

과학시간에 봤던 이 그림은 실제 원자세계를 곡해하게 만든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저 원자 한 개를 거실 크기로 확대했을 때, 원자 핵은 거실 테이블에 놓인 쌀 한톨 크기다.

파인만은 바늘 귀 정도의 크기라고 설명했는데, 쌀알 크기랑 비슷할 듯하다.

아무튼 그런 공간에 아주 작은 원자핵이 있고, 거실 벽의 거리에서 저렇게 전자가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 몸을 포함해서 생명체건 나무 의자건 자동차건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데,

가장 작은 단위(20세기 후반 기술의 발달로 중성자와 양성자를 깨 다양한 소립자들을 발견하는데 이는 통칭 쿼크로 불린다)의 내부는 이처럼 거의 다 빈 공간인 셈이다.



* 이 빈 공간으로 X-선이 통과한다. 그래서 매질의 차이에 따라 밀도가 달라지는 투시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이 원자모형도 현대에 와서는 개념이 달라지는데, 바로 전자의 존재를 밝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저렇게 원자핵을 전자가 일정한 궤도로 돈다는 개념,

이후 이 전자가 궤도를 바꾸면서(바꿀 때 광자가 나오거나 들어간다) 움직이는데,

이 움직임이 연속적이지 않고 순간이동한다는(퀀텀 점프) 개념을 거쳐,

전자가 일정한 위치에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확률적으로 분포한다는 개념의 현대 이론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인데, 전자총으로 전자를 하나씩 무작위로 발사하면

 

전자가 질량을 가진 입자라는 조건에 맞게 스크린에 두 개의 줄만 나와야 하는데

마치 물결과 같은 파동처럼 움직여 여러개의 줄이 생긴 것이다.



 대신 빛을 쪼여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입자처럼 두 개의 줄무니만 나타나고,

관찰을 하지 않으면 파동처럼 여러개의 줄무늬를 나타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즉 전자는 입자와 파동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빛도 마찬가지다.



* 이 전자총이 뭔지 궁금하다면 예전 브라운관 TV를 떠올리면 된다.


이렇게 형광물질이 있는 면 뒤를 전자총으로 전자를 발사하여 각각의 입자에 색이 다르게 표현하여 화면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과학자들은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주에도 적용되는 법칙을 발견하기 위해

물질이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탐구했다. 가장 작은 단위의 물질을 밝혀내어 그것의 운동원리를 밝혀내면 세상을 정확히 이해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를 환원주의라 한다.



그리고 우주에는 네 가지 힘(중력과 전자기력,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만 존재한다는 점, 전기와 자기가 상보적인 관계라는 점, 전자기파의 하나가 빛이라는 점, 전자기파는 그 진동수의 변화만으로 다양한 성질을 갖는다는 점 등을 밝혀낸다.

토리라이트의 상품페이지를 만들면서 참조했던 이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되었다.

환원주의와 입자물리학의 전성시대였던 셈이다.



환원주의는 이렇게 주장한다. 원자물리는 입자물리의 응용에 불과하고, 화학은 원자물리에 불과하고, 생물학은 화학에 불과하고, 인간은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원자로 되어 있다. 성인의 경우 원자 수는 대략 7,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다. '0'이 27개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주로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네 종류다. 양자역학은 이들 원자를 완벽하게 기술한다. 하지만 아무리 원자 각각을 들여다본들 소화불량이 무엇인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p.189

아주 고온의 상태에서 기체인 철 입자와 물 입자는 비슷하다.

커다란 공간에 떠있는 작은 입자는 많은 장비가 있어야지만 관찰하여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의 상온에서 고체인 철과 액체인 물은 아무 장비 없이 직관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처럼 양이 늘어나거나 환경이 변하면 한 물질이 전혀 다른 성질이 튀어나온다.

이를 과학용어로 '창발'이라고 한단다.



이제 조금은 다른 얘기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에서 흥미롭게 본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심장은 고르고 일정하게 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측정을 해보면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에 비해 노이즈, 즉 자잘한 변화가 많단다.

뇌파도 마찬가지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의 뇌파는 정상인에 비해 더 안정되고 고른 파장을 나타낸단다.

이것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서울은 천만,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2천만명이 사는 매우 복잡하고 거대한 도시다.

2천만명이 먹고 마시고 일하고 교통체증으로 짜증내고 싸우고 응급차가 출동하고 상추값이 폭락하고... 정말 복잡한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사회가 굴러가고 유지되는 것이 명민한 과학자 집단 혹은 유능한 행정집단 혹은 정직한 정치인들이 컨트롤하기 때문은 아니다.

이런 사회를 반듯하고 단정하게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파시즘이나 독재, 전체주의가 나왔다.

스스로 굴러가게 내버려두면 신기하게도 잘 굴러간다. 물론 그 안엔 범죄도, 죽음도, 불평등도, 불만도 존재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라면 스스로 조절하면서 굴러가게 된다.

뇌나 심장의 파동도 마찬가지다.

순간순간의 변화에 대응하며 반응하고 조절을 하는 능력 때문에 노이즈가 생기는 것이다.



* 참고로 소리도 잡음 즉 노이즈가 있어야 더 잘 들린단다.



이런 통찰은 미시세계를 분석하는 입자물리학만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다.

물론 영역마다 다르겠지만 물리학은 이제 고분자, 응집물리, 카오스, 복잡계 등을 다룬다.

20세기 후반부터 인문학 분야에서 이런 류의 실험을 많이 하게된 과학적 이유일 거라 생각한다.

 



토리라이트의 상품 설명서를 만들면서 시작된 물리학에 대한 관심은 딸아이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어주었다.



한 대학 강연에서 김상욱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교양이 주로 인문학, 철학, 문학, 예술 분야에만 한정되는데, 사실 서양에서는 과학이 반드시 들어간다고 했다.

우리는 니체나 바흐는 알아도 패러데이나 맥스웰은 거의 모른다.

(이 둘은 우리가 모든 전자기계를 움직이게 만든 전자기학의 시조격이다)



물론 교양으로서의 빅뱅이론, 양자역학, 초전도 이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세율이가 과학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마찬가지고 수학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과학 특히 물리학은 수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나도 최근에야 무릎을 친 사실이다)



모든 운동은 위치의 변화다.

(도형을 다루는 기하학과 수를 다루는 대수학을 극적으로 만나게 한 사람은 데카르트다. 그의 놀라운 업적은 x, y 좌표를 만든 것이다. 그 좌표계를 통해 물리학은 수학이 되었다)

가속도나 마찰이 없다고 하면, 이것은 1차 방정식으로 표현된다.

y=3x+2

x는 변화하는 것이고, y는 그 결과치다.

이것을 함수라고 부른다.

하지만 운동이란게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떨어지는 사과를 생각하면 된다.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사과는 처음엔 천천히, 나중엔 가속이 붙어 빨리 떨어진다.

서로 중력을 가진 위성 즉 지구와 목성의 움직임은 더 복잡하다.

위치에 따라 변한다.

이런 변화하는 운동을 하는 물체의 다음 위치를 예측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미분이다.

짭게 쪼갠 시간의 바로 전 위치를 알면 바로 다음에 올 위치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잘게 쪼갠 것을 붙이는 것이 적분이다.

수능시험 수학 과목의 점수를 제법 잘 받았던 나는 지금 이런 류의 공식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이렇게 공식만 외워서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수학의 커리큘럼은 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이번 독서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되었다.

물리는 아예 포기했고, 수학 역시 공식을 외워 문제를 풀기만 했던 내겐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리고, 조금더 욕심을 부려 딸아이가 수학과 물리를 공부할 때 내가 좀더 쉽게 알려 주려는,

아니 적어도 이걸 왜 배우는지 정도는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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